쉰베르크 / 정화된 밤

Verklarte Nacht op.4

Arnold Schonberg (1874-1951)

*정화된 밤 (Verklarte Nacht Op.4)

이 작품은 쇤베르크가 아직 후기 낭만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기인데 1899년 10월, 그가 25세 때의 작품이다. 이것은 테멜의 시에 덧붙여 작곡한 것으로 교향시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현악 6중주곡이라는 실내악을 써서 악상을 하나의 표제악으로 했다. 내용에 있어서는 교향시와 비슷한데 1917년 이를 현악 합주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한 때도 있다.

전편의 구성은 1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시가 보여준 바와 같이 5개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시의 내용에 따라 기분을 나타낸 소나타 형식으로 간주할 수 있다. 시에 나타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의 연인이 싸늘한 냥기가 감도는 숲속을 거닐고 있다.달은 중천에 떠 있는데, 하늘은 맑아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다. 여인은 곁에 있는 남자에게 자기의 죄를 고백한다. ‘나에게는 아기가 있는데 그것은 당신의 아기가 아닙니다.나는 이제 행복을 상대로 하지 않지만 그러나 나는 생활과 어머니로서의 행복, 그리고 의무에 대한 강한 염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몸을 바치고 그것을 축복하기도 했습니다.’

남자는 말한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에게 그리 무거운 짐은 아닐 것입니다. 달빛이 만물을 감싸 주고 있는 것을 보십시오. 당신과 나는 지금 차가운 호숫가를 걸어가고 있지만 따뜻한 온기는 그대로부터 나에게,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흐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기를 정화시켜 당신은 그 아이를 나를 위해 나의 것으로 태어나게 할 것입니다. 그대는 나에게 빛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대는 나 자신의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포옹하며 키스를 나눈다. 두 사람은 달빛 아래서 깊은 밤을 끝없이 거니는 것이다.”

이 곡은 5개의 단계로 되어 있다. 제 1, 제3, 제5 부분은 서정시 풍인데, 추운 달밤에 숲속을 거닐고 있는 두 남녀의 무거운 기분을 묘사했고, 2제 부분은 여자의 후회와 정열적인 고백을 묘사했으며, 제 4부분은 남자의 이해 깊은 이야기와 달빛에 상징되는 깨끗한 애정을 피력한 것이다.

『정화된 밤』이 작곡될 무렵 리하르트 시트라우스 등의 작곡가들은 음악을 통해 시적인 감정을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그들은 문학적인 내용을 상징하는 묘사적인 관현악 작품들을 작곡했는데, 그것이 바로 '교향시'이다. 쇤베르크는 『정화된 밤』에서 문학 작품과 음악을 관련시킴으로써 교향시적 기법을 실내악에 도입하고자 했다. 젊은 시절부터 실내악 작곡에 전념하여 비인 실내악 전통에 능통했던 그는 『정화된 밤』을 현악4중주 대신 현악6중주로 작곡하여 현의 화음을 더욱 풍부하게 채색하고, 중후한 짜임새로 관현악적인 느낌을 주었다. 쇤베르크는 보다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1917년과 1943년 두 차례에 걸쳐 이 작품을 현악합주용으로 편곡했다.

『정화된 밤』은 음악적인 면에서 바그너와 브람스의 영향이 많이 나타난 작품이다. 주제의 처리에 있어서 바그너의 조동기(Leitmotif)를 연상시키는 특별한 성격의 선율 동기가 계속 반복되고, 리듬적으로 계속 변형되는 동기 발전 수법이 사용되었다. 또한 화성법으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영향을 받은 반음계적 화성과 비화성음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이 곳에 나타난 끊임없는 선율과 방황하는 화성은 바그너 음악의 에로틱한 반음계주의를 드러내고, 치밀한 동기발전 수법과 중후한 실내악 양식은 브람스 음악의 지적인 세련미를 나타낸다.

이렇듯 『정화된 밤』은 바그너와 브람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낭만적인 작품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쉰베르크의 개성이 흐르고 있다. 현악기의 독특한 주법을 사용한 음색적 효과와 6성부의 대위법적 진행 등은 쉰베르크의 개성을 드러내는 특징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쉰베르크의 개성을 잘 나타내주는 것은 바로 조성과 화성 진행의 엄격한 계획성과 조성적 모호성이다. 쉰베르크는 이 작품에서 시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조성 설계와 화성 진행 면에서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감정의 기복에 따라 적절한 조성을 선택하고, 비기능적 화성이나 이명동음적 전조 등의 기법을 섬세하게 사용하여 작품의 내적 논리를 구축해 나갔다. 이러한 계획성은 쉰베르크 후기에 나타나는 12음 기법의 엄격한 규칙성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이 곡에 나타난 조성적 모호성은 앞으로 나타나게 될 무조음악의 경향을 반영한다. 『정화된 밤』은 구시대의 음악어법을 사용한 작품이지만 음악적 재료를 엄격하고 논리적으로 다루고, 조성적 모호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쇤베르크 후기 양식을 예시하는 작품이다.

 

Schoenberg: Verklärte Nacht, Op.4 - Boulez.

Pierre Boulez: Membres de L'Ensemble Intercontemporain Charles-André Linale: violin / violon Maryvonne Le Dizès-Richard: violin / violon Jean Sulem: viola / alto Garth Knox: viola / alto Philippe Muller: cello / violoncelle Pieter Strauch: cello / violoncelle

https://youtu.be/U-pVz2LTakM?si=8N5H8gd5tqjfRWIk

 

Schoenberg - Verklärte Nacht (Transfigured Night), Op. 4, for string sextet (1899)

https://youtu.be/vqODySSxYpc?si=fer-WE8yF96sNFP0

 

Schoenberg: Verklärte Nacht, Op. 4

https://youtu.be/pZ3WLlF0CWM?si=c0LCn0yZoyteZCDx

 
 

Schoenberg: Verklärte Nacht, Op. 4 (Version for String Orchestra) : IV. Adagio (Bar 229)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 Arnold Schoenberg

https://youtu.be/Dyy3A6iTSDc?si=38ZafjQFgYuFE_1s

 

Schoenberg: Verklärte Nacht, Op.4/BERLINER PHIL.../Herbert von Karajan/ Recording: Dec.1973

https://youtu.be/nzYyJsN70e0?si=mpHFZNK5C1LKExI0

 

쇤베르크

Schonberg, Arnold Franz Walter 1874~1951

오스트리아 작곡가

빈의 유대인 상인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8세 때에 바이올린을 배우고 9세 때 습작으로 작곡을 하기도 하였다. 1891~95년 은행근무를 하는 한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첼로 연주자로 활동하며 지휘자 체믈린스키로 부터 대위법을 배웠다. 그 후 독학으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해 브람스, 바그너 등 후기 낭만파에서 큰 영향을 받아, R .데멜의 세기말적 제재에 의한 텍스트를 새로운 대위법적 감각으로 처리한 현악6중주곡 《정화된 밤》을 1899년 작곡하였다 . 1901년 베를린으로 가서 작곡활동을 계속하고 R.스트라우스의 소개로 슈테른 음악학교 작곡교사로 재직하기도 하였다. 1903년 빈으로 돌아가 1905년 《현악 4중주곡 제1번》 1906년의 《실내교향곡 E장조》 등을 작곡하고 1909년 완성한 《게오르게 가곡집》에서는 완전히 무조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표현주의적 무조음악이라는 독특한 음악양식을 확립하였다. 1912년 A.지로의 시를 작곡한 《달에 홀린 피에로》는 무조시대의 걸작으로 평가되어 명성을 얻게 되었다. 제1차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5년 징병검사를 받고 입대하여 다음해 질병으로 인하여 제대하였다. 1918년 그는 베르크, 베베른과 함께 <사적 연주협회>를 조직하여 1921년까지 100회 이상의 연주회를 열었으며, 400곡 가까운 현대음악을 연주하기도 하였다. 이 시기에 시리즈라 불리는 몇 가지 음렬(音列)에 의한 작곡법으로 12음기법을 확립하였는데, 1824년 《관악 5중주곡》이나 1825년 《피아노 모음곡》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1933년 나치정권이 들어서자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의 교수직을 박탈당하고,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여, 1936년 이후 캘리포니아대학의 교수로 근무하고 1941년 미국시민권을 얻었다. 이 시기에는 나레이터, 피아노, 현악4중주를 위한 《나폴레옹에 바친 오드》 나레이터, 남성합창, 관현악을 위한 《바르샤바의 생존자》를 작곡하여 나치즘에 대한 격렬한 항의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그는 12음기법의 창시자로 창작활동은 다음과 같이 나뉘어진다. 1) 후기낭만파 어법의 시기 2) 무조음악의 시기 3) 12음기법 창안의 시기 4) 12음기법 전개의 시기 등 4기로 나뉘어 진다.

쇤베르크는 고전파 이래의 조성음악 체제를 12음기법에 의해서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음악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작곡교사로서는 《화성악》 이래 많은 음악이론서를 집필하여 많은 제자들을 육성해냈으며, 그 체계적인 음악의 사고법은 블레즈, 슈토크하우젠 등 전후 작곡가들의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대표작품으로 《실내교향곡 E장조》 《달에 홀린 피에로》 《모세와 아론》, 바이올린 협주곡 《바르샤바의 생존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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